20대 연인 영영 갈라놓은 '마세라티 뺑소니범' 정체 드러나

지난해 광주에서 대포차로 난폭 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내고 해외 도주를 시도한 ‘마세라티 뺑소니범’ 김모(32) 씨의 정체가 드러났다.

광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9일 김 씨를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해외에 거점을 둔 도박사이트 4개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이트에서 오간 판돈은 현재까지 870억 원대로 확인됐으며, 여러 대포통장을 거쳐 자금세탁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죄 수익금 세탁과 대포통장 유통 등 범행에 가담한 60명(9명 구속), 도박사이트 이용자 441명도 입건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24일 오전 3시 11분께 술을 마신 상태로 마세라티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광주 서구 화정동 도로에서 앞서 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20대 여성을 숨지게 하고 20대 남성에게 중상을 입힌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달 기사인 오토바이 운전자는 일을 마치고 여자친구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사고 직후 주변 사람들에게 여자친구의 생사를 묻던 그는 여자친구의 사망 사실을 모른 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현장에 대포차인 마세라티 차량을 버리고 달아난 김 씨는 범행 당일 두 차례 태국으로 도피를 시도했다가 출국 금지가 내려졌다고 생각하고 포기했다.

정작 김 씨에 대한 출국 금지가 내려진 건 다음 날 오후였는데, 김 씨는 가방에 넣은 양주 때문에 착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직원이 술을 발견하면서 수속이 지연되자, 김 씨는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결국 도주 이틀 만에 서울에서 체포된 김 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12일 2심 재판에서 징역 7년6개월로 감형받았다.

2심 재판부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한 김 씨의 음주운전 혐의는 음주 개시 후 분해량이 측정되지 않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또 범인도피 교사 혐의는 적극적 방어권 행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피고인 당사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 씨에게 적용된 여러 혐의 중 음주운전, 범인도피교사 등 2건은 무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측과 합의된 점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 씨가 불법 도박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해 인터폴과 공조, 외국에 있는 공범들을 추가로 검거할 방침이다.

또 마세라티 차량을 제공한 대포차 유통업체 대표 등 31명도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태국 등 해외에 장기간 체류한 김씨가 사고 직후 해외 도피를 시도하면서 보이스피싱, 불법 자금 세탁 등 범죄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여죄 수사를 통해 김씨의 도박사이트 운영 혐의를 규명했고 인터폴과 공조해 해외에 있는 공범들을 추가로 검거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김씨에게 마세라티 차량을 제공한 대포차 유통업체 대표 등 31명도 자동차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