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채웠던 그 수갑, 우리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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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사상 최악의 이주 구금 국가로 손꼽힌다. 그러나 한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세 아동을 149일간 구금하는 등 한국의 이주 구금 제도는 미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민국에서 조사를 하러 왔대. 지금 마당에 다 줄 서 있어.” 이것이 그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아내의 동생이 미국으로 출장 간 지 3주도 안 되어 구금되었다. 회사에서 정해준 비자를 받아서 갔고, 원래 하던 배터리 관련 설비 설치와 관리·감독 업무를 했다. 가족들은 물론 본인도 출입국 관련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 조사도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수갑이 채워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그는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처남은 손목과 발목에 수갑과 쇠사슬을 찬 채로 버스에 태워졌다. 가족들은 그가 구금되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가 어디에, 왜 구금된 것인지 어렴풋하게라도 알게 되기까지는 그로부터 며칠이 더 걸렸다. 미국 정부는 물론 한국 공관에서도 가족들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지난 9월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엘지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한꺼번에 노동자 400여 명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되었다. 영장도, 재판도 없이 범죄조직을 소탕하듯 장갑차와 헬기를 동원해 전격적으로 진행된 이 작전은 ICE 창설 이후 사상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도 화제였지만, 그보다도 한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그 후속 조치를 위해 파견된 기술 인력들이 하루아침에 범죄자처럼 끌려가고, ICE는 그 장면을 찍어 자랑스럽게 SNS에 전시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이주 구금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 미국의 이주 구금 규모는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8월에 이미 25만명을 돌파하여,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만 37만명 넘는 사람을 구금할 예정이다. 이는 독일(2020년 3065명), 영국(2024년 2만604명), 일본(2023년 1만6595명) 등 주요국을 압도하는 숫자이다. 백악관은 직접 ICE에 ‘하루 1000명 이상’과 같은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비효율적이며, 비싸고, 반인권적인 이주 구금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는 가운데 미국의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에서 매년 수십만 명을 행정법 위반 혐의만으로 민영 감옥에 장기 구금하는 구조는 그 자체로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교도소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업체들은 이미 정체된 전통산업인 교정시설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주 구금 시스템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올해 기존 시설 운영을 위한 예산 수조 원과 별도로 새 구금 시설 건립을 위해서만 62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배정했다.
사실 한국 역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이주 구금을 하고 있는 국가다. 한국의 이주 구금 규모는 2024년 기준 연간 3만8800명으로, 이는 일본의 2.5배, 독일의 13배에 이른다. 절대치가 아닌 출입국 인구 대비 비율로 생각하면 한국은 주요국들에 비해 수십 배 더 많은 사람을 구금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이주 구금의 축소 경향을 거스르고 구금을 확대하는 상황 역시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에서는 매년 새 이주 구금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2024년에는 역대 최대의 구금 인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239명이 아동으로, 이 숫자 역시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에는 1세 아동이 149일간 구금되었으며, 2023년에는 수십 명의 어른들과 함께 구금된 3세 아동이 구석에 숨는 CCTV 영상이 공개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국이 ‘사상 최악의 이주 구금 국가’라고 해도, 최소한 구금이 아닌 방식으로 출국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지금도 구금되는 인원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발적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번에 출국한 한국인들도 이 출국 유도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이 되어서 자발적 출국에 대한 인센티브로 1000달러씩을 지급받았다.
열악한 시설에서 불명확한 이유로 구금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황당한 금액이지만, 이것은 구금의 대가가 아니라 장기 구금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의 수십 가지 ‘구금의 대안’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런데 한국에는 구금이 아닌 방식으로 출국을 집행할 제도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에 관한 논의나 연구조차 거의 없다. 현재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가두어서 괴롭게 하는 것 이외에는 출국을 집행할 별다른 방법이 없다.
조지아 구금 사건에서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장면은 아마도 한국 엔지니어들에게 족쇄와 수갑이 채워진 모습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그 장면을 조롱하듯 SNS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접한 가족들의 상처는 매우 컸다. 이러한 장비 사용은 유엔의 ‘피구금자 처우 최소 기준’과 고문 방지 협약에 명백히 위반된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새우꺾기’ 고문
그러나 이 또한 한국에서는 일상적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2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다리 수갑’을 제도화했고, ‘허리 수갑’ ‘손목 수갑’과 결합해 사실상 전신 속박을 가능하도록 했다. 2021년 한국의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새우꺾기’라 불리던 명백한 고문 사건이 있었다. 최근에는 청주 외국인보호소에서 공무원이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를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 두 사건은 모두 CCTV 영상이 공개되어 겨우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이 사건들은 명백한 위법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화성 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에 가담한 여러 공무원 중 현재까지 징계를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다.
조지아 사건에서 구금된 사람들이 가장 당황했던 것은 제대로 된 조사 절차도 없이 일단 구금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적법한 비자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무더기로 체포되었고, 이를 법원에서 다투려면 최소 4개월은 갇혀 있어야 한다는 협박에 가까운 안내만 들었다. 이번 사건처럼 조속한 정부 간 협상으로 마무리된 경우가 아니면 얼마나 많은 억울한 구금이 있었을지 짐작할 만하다.
안타깝게도 적법 절차의 측면에서 한국의 이주 구금 제도는 미국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이주 구금에 영장이 필요 없다. 올해 7월부터 이주민을 수용하면 2개월이 지난 뒤에 ‘외국인 보호위원회’의 판단 절차가 생겼지만, 이 위원회 역시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법무부 내부 기관에 불과하다. 최소한 이민 법원과 이민 판사가 존재하고, 영장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미국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허술한 절차다.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개인의 신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될 경우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된다는 것이 지난 100년간 인류가 얻은 지혜이다. 미국에서 이 위기는 이미 현실이다. 미국 행정부는 ICE의 광범위한 권한을 활용해 어려운 형사절차를 회피하고 손쉽게 시민을 억압하고 있다. 올해 초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앞장섰던 마흐무드 칼릴은 경찰이나 군대가 아닌 ICE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는 미국 영주권자이자 컬럼비아 대학 학생이었음에도 그의 활동이 ‘미국의 외교관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였다. 3개월 넘게 구금된 뒤 법원이 그의 석방을 명했지만 이미 컬럼비아 대학 시위대는 해산하고 대학교 역시 학생들을 무더기 중징계하며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한 뒤였다.
끔찍한 경험을 했을 처남은 서울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지은 죄도 없이 미국 감옥에도 다 가보고, 좋은 경험 했다”라는 황당한 농담을 했다. 마음 졸이던 가족들은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 이주 구금 제도를 연구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공익변호사 입장에서는 우리 가족이 이렇게 빠르게 무사히 집에 돌아온 것이 정말 기적처럼 느껴졌다. 미국 변호사 친구들도 대체로 이를 ‘유례 없는 절차’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도하며 이 사건을 지나칠 수 없다. 우리는 이 사태에서 함께 민주주의의 위기를 감각해야 한다. 이 영역에서만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 과정에서 쌓아올린 헌법, 형사법상의 견제 장치가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둔 이러한 예외 지대가 어디로 폭주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가 지금 이주 구금 제도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이민국에서 조사를 하러 왔대. 지금 마당에 다 줄 서 있어.” 이것이 그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아내의 동생이 미국으로 출장 간 지 3주도 안 되어 구금되었다. 회사에서 정해준 비자를 받아서 갔고, 원래 하던 배터리 관련 설비 설치와 관리·감독 업무를 했다. 가족들은 물론 본인도 출입국 관련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 조사도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수갑이 채워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그는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처남은 손목과 발목에 수갑과 쇠사슬을 찬 채로 버스에 태워졌다. 가족들은 그가 구금되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가 어디에, 왜 구금된 것인지 어렴풋하게라도 알게 되기까지는 그로부터 며칠이 더 걸렸다. 미국 정부는 물론 한국 공관에서도 가족들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지난 9월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엘지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한꺼번에 노동자 400여 명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되었다. 영장도, 재판도 없이 범죄조직을 소탕하듯 장갑차와 헬기를 동원해 전격적으로 진행된 이 작전은 ICE 창설 이후 사상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도 화제였지만, 그보다도 한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그 후속 조치를 위해 파견된 기술 인력들이 하루아침에 범죄자처럼 끌려가고, ICE는 그 장면을 찍어 자랑스럽게 SNS에 전시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이주 구금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 미국의 이주 구금 규모는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8월에 이미 25만명을 돌파하여,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만 37만명 넘는 사람을 구금할 예정이다. 이는 독일(2020년 3065명), 영국(2024년 2만604명), 일본(2023년 1만6595명) 등 주요국을 압도하는 숫자이다. 백악관은 직접 ICE에 ‘하루 1000명 이상’과 같은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비효율적이며, 비싸고, 반인권적인 이주 구금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는 가운데 미국의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에서 매년 수십만 명을 행정법 위반 혐의만으로 민영 감옥에 장기 구금하는 구조는 그 자체로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교도소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업체들은 이미 정체된 전통산업인 교정시설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주 구금 시스템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올해 기존 시설 운영을 위한 예산 수조 원과 별도로 새 구금 시설 건립을 위해서만 62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배정했다.
사실 한국 역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이주 구금을 하고 있는 국가다. 한국의 이주 구금 규모는 2024년 기준 연간 3만8800명으로, 이는 일본의 2.5배, 독일의 13배에 이른다. 절대치가 아닌 출입국 인구 대비 비율로 생각하면 한국은 주요국들에 비해 수십 배 더 많은 사람을 구금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이주 구금의 축소 경향을 거스르고 구금을 확대하는 상황 역시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에서는 매년 새 이주 구금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2024년에는 역대 최대의 구금 인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239명이 아동으로, 이 숫자 역시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에는 1세 아동이 149일간 구금되었으며, 2023년에는 수십 명의 어른들과 함께 구금된 3세 아동이 구석에 숨는 CCTV 영상이 공개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국이 ‘사상 최악의 이주 구금 국가’라고 해도, 최소한 구금이 아닌 방식으로 출국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지금도 구금되는 인원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발적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번에 출국한 한국인들도 이 출국 유도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이 되어서 자발적 출국에 대한 인센티브로 1000달러씩을 지급받았다.
열악한 시설에서 불명확한 이유로 구금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황당한 금액이지만, 이것은 구금의 대가가 아니라 장기 구금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의 수십 가지 ‘구금의 대안’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런데 한국에는 구금이 아닌 방식으로 출국을 집행할 제도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에 관한 논의나 연구조차 거의 없다. 현재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가두어서 괴롭게 하는 것 이외에는 출국을 집행할 별다른 방법이 없다.
조지아 구금 사건에서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장면은 아마도 한국 엔지니어들에게 족쇄와 수갑이 채워진 모습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그 장면을 조롱하듯 SNS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접한 가족들의 상처는 매우 컸다. 이러한 장비 사용은 유엔의 ‘피구금자 처우 최소 기준’과 고문 방지 협약에 명백히 위반된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새우꺾기’ 고문
그러나 이 또한 한국에서는 일상적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2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다리 수갑’을 제도화했고, ‘허리 수갑’ ‘손목 수갑’과 결합해 사실상 전신 속박을 가능하도록 했다. 2021년 한국의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새우꺾기’라 불리던 명백한 고문 사건이 있었다. 최근에는 청주 외국인보호소에서 공무원이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를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 두 사건은 모두 CCTV 영상이 공개되어 겨우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이 사건들은 명백한 위법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화성 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에 가담한 여러 공무원 중 현재까지 징계를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다.
조지아 사건에서 구금된 사람들이 가장 당황했던 것은 제대로 된 조사 절차도 없이 일단 구금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적법한 비자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무더기로 체포되었고, 이를 법원에서 다투려면 최소 4개월은 갇혀 있어야 한다는 협박에 가까운 안내만 들었다. 이번 사건처럼 조속한 정부 간 협상으로 마무리된 경우가 아니면 얼마나 많은 억울한 구금이 있었을지 짐작할 만하다.
안타깝게도 적법 절차의 측면에서 한국의 이주 구금 제도는 미국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이주 구금에 영장이 필요 없다. 올해 7월부터 이주민을 수용하면 2개월이 지난 뒤에 ‘외국인 보호위원회’의 판단 절차가 생겼지만, 이 위원회 역시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법무부 내부 기관에 불과하다. 최소한 이민 법원과 이민 판사가 존재하고, 영장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미국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허술한 절차다.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개인의 신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될 경우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된다는 것이 지난 100년간 인류가 얻은 지혜이다. 미국에서 이 위기는 이미 현실이다. 미국 행정부는 ICE의 광범위한 권한을 활용해 어려운 형사절차를 회피하고 손쉽게 시민을 억압하고 있다. 올해 초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앞장섰던 마흐무드 칼릴은 경찰이나 군대가 아닌 ICE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는 미국 영주권자이자 컬럼비아 대학 학생이었음에도 그의 활동이 ‘미국의 외교관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였다. 3개월 넘게 구금된 뒤 법원이 그의 석방을 명했지만 이미 컬럼비아 대학 시위대는 해산하고 대학교 역시 학생들을 무더기 중징계하며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한 뒤였다.
끔찍한 경험을 했을 처남은 서울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지은 죄도 없이 미국 감옥에도 다 가보고, 좋은 경험 했다”라는 황당한 농담을 했다. 마음 졸이던 가족들은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 이주 구금 제도를 연구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공익변호사 입장에서는 우리 가족이 이렇게 빠르게 무사히 집에 돌아온 것이 정말 기적처럼 느껴졌다. 미국 변호사 친구들도 대체로 이를 ‘유례 없는 절차’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도하며 이 사건을 지나칠 수 없다. 우리는 이 사태에서 함께 민주주의의 위기를 감각해야 한다. 이 영역에서만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 과정에서 쌓아올린 헌법, 형사법상의 견제 장치가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둔 이러한 예외 지대가 어디로 폭주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가 지금 이주 구금 제도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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